'STX조선해양 폭발사고' 해경 수사본부가 폭발 원인 규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사고 발생 20여분 전 숨진 작업자 가운데 한 명이 선박 내부(RO)탱크에서 유증기를 빼내는 역할을 하는 팬을 살펴보기 위해 밖으로 수차례 나왔었다는 목격자의 진술이 나와 폭발사고와의 관련성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합동 감식반이 사고현장 진입 전 의견교환을 하고 있다./창원해양경찰서/
남해지방해양경찰청은 해당 선박 감식과 관계자 조사 등을 토대로 사고 당시 작업자들이 스프레이건을 이용한 도장 작업을 하던 중 발생한 유증기와 전기 스파크에 의한 폭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며, 깨진 방폭등과 스프레이건 등을 국과수에 맡겨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사고 당시 선박 내부 슬롭(기름 찌꺼기를 담는 탱크) 탱크에서 작업을 했던 같은 협력업체 직원 A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숨진 박모(33)씨가 사고 발생 20여분 전 RO탱크에서 올라와 터보 팬(유증기를 배출하는 팬)을 살펴보기 위해 여러 차례 올라왔다 내려갔다를 반복했다"며 "팬이 오작동해 유증기가 잘 빠져나가지 않았는지 여부는 수사를 통해 밝혀질 내용이겠지만, 분명 무슨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올라와서 살펴본 것 아니겠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민주노총경남본부 금속노조와 이전 STX조선해양 작업 경험이 있는 도장업체 관계자들도 밀폐 공간 내 유증기가 제대로 빠져 나가지 못한 것이 발화의 주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세민 전국금속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실장은 22일 "사고 당시 슬롭탱크 작업자는 숨진 박모씨가 사고 발생 20여분 전 '환기설비 배기가 안 된다'면서 RO탱크에서 나와 환기구가 어딨는지 만지고 다니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며 "환기장치 부실로 도장 작업에서 발생한 증기가 RO탱크 내 밀폐공간에 적체됐고, 확증되지 않은 원인에 의해 발생한 스파크가 폭발을 일으키면서 탱크 내 산소부족 또는 유독가스 흡입사태를 초래, 질식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STX조선해양 협력업체에서 지난 1월까지 3년여 간 근무한 한 도장업체 관계자는 "15년째 이 일을 하고 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경험상 평상시 작업에서 팬이 제대로 작동해 유증기 등 가스가 차 있지 않은 상태라면, 발화점이 있어도 불이 쉽게 붙지 않는다"며 환기 문제가 큰 사고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사고가 난 RO탱크에는 도장작업으로 인한 가스를 배출하는 팬과 외기 유입 팬 2개가 가동 중이었다고 수사본부는 설명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22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환기장치 이상 문제로) 유증기가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한 부분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수사를 하겠다"며 "가스안전공사와 고용노동부를 통해 관련 사항을 파악할 예정이며, 환기장치를 포함해 작업환경이 폭발에 영향을 줬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일 오전 11시 37분께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에서는 건조 중이던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의 RO 탱크에서 폭발이 발생, 내부에서 도장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직원 4명이 숨졌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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