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신춘문예 ‘소설’ 심사평] 삶의 국면 한폭의 정물화처럼 관조
- 기사입력 : 2024-01-01 21:5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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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1차 예심을 거쳐 총 22편의 작품이 본심에 올랐다. 이 작품들은 크게 두 가지 경향을 띠는 것 같다. 한국 단편 소설의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는 소재와 문장을 지닌 작품들과 독특한 판타지적 상상력이 가미된 작품들이 그러하다. 전자의 경우, 문장과 어휘에 많은 세공을 가한 작품들로 문학의 본류에 다가서려는 노력이 돋보였지만, 신춘문예에서 발굴하고자 하는 새로움에서 다소 거리가 생긴 듯한 아쉬움이 있었다. 반면 후자의 경우는 신인의 패기와 독특함이 돋보였으나 이야기의 만듦새가 자연스럽지 못한 작품이 다수였다.
본심에 오른 22작품 중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그림자의 춤’, ‘N.B.M.C.404’, ‘인어의 시간’ 세 작품이었다. 우선 ‘그림자의 춤’은 그림자라는 상징을 중심으로 주인공의 현 상황을 압축해 내는 솜씨가 눈에 띄었고, 그림자의 의미를 재해석함으로써 주인공의 삶의 변화를 그려낸 점 또한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상징적 의미에 치우친 나머지 주인공의 갈등이 제대로 펼쳐지지 못한 채 성급하게 마무리된 듯한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었다.
‘N.B.M.C.404’는 우리 일상에 파고드는 차별적 시선을 코로나에 걸린 주인공을 통해 포착해 낸 작품이다. 인종, 코로나, 가난 등 다양한 차별을 배설이라는 장치로 묶어서 형상화한 점이 시선을 끌었다. 그러나 결말에서 차별에 대한 작가만의 심도 있는 고찰을 엿보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인어의 시간’은 어금니 통증으로 상징되는 삶의 아픔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담하게 서술한 작품이다. 각박한 삶을 살아나가는 것도 고통이지만,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데는 더 큰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작가는 이런 삶의 국면을 한 폭의 정물화처럼 관조해 낸다. 이 작품에서 신춘문예 작품으로서의 패기를 찾기는 다소 어려웠다. 그러나 단편 소설에 걸맞은 문장으로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것 역시 문학의 정수라고 볼 수 있다. 이에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을 영예의 당선작으로 뽑는데 어렵지 않게 의견을 모을 수 있었다. 작가의 길에 들어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덧붙여 작품을 쓰고, 작품을 보고, 기다림의 설렘을 느끼는 것, 그 자체가 문학이다. 작품을 응모해준 문학인 모두에게 문운이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심사위원 김탁환·배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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