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신춘문예 ‘동화’ 심사평] 동화적 상상력으로 내면 상처 차분히 엮어
- 기사입력 : 2024-01-01 22:3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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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신춘문예의 열풍은 뜨거웠다. 예년에 비해 응모 편수가 퍽 늘었고, 제재에서도 다양성이 두드러졌다. 반려동물과의 교감, 산업재해를 당한 가족, 조부모의 질병을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 다문화가정의 의미 등 그간 꾸준히 다루어진 주제를 비롯하여 엄마의 부재, 챗봇과 AI 등장, 가상현실(VR)에서 경험 등 시의성이 엿보이는 작품들을 주목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동화가 문학인 만큼 문학적 승화는 언제나 글 쓰는 이에게 주어진 과업이 아닐 수 없다.
본심에 진지하고 치열하게 검토한 작품은 ‘마녀도서관’, ‘악마의 눈’, ‘세상에서 가장 하얀 사람에게’, ‘꼬마리 꽃’, ‘버드 콜’ 다섯 편이다.
‘마녀 도서관’은 도입부의 역동성과 위트 있는 감각이 돋보였지만, 독서퀴즈를 연상케하는 중반부에서 기대감을 깎아 먹어버렸다.
‘세상에서 가장 하얀 사람에게’는 치밀한 화자의 심리묘사는 좋았으나, 소설적 구성으로 흘러간 것은 아쉬운 점이다.
‘악마의 눈’은 공간적 배경을 확장한 것은 유의미하지만 ‘까만 고양이’는 기존의 유명 판타지가 연상된다. 다소 안일한 설정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꼬마리 꽃’은 베트남에서 아빠를 찾아 한국에 온 나민이, 두 나라의 아픈 역사적 배경과 나민의 섬세한 감정묘사는 좋았으나 상투적 결말에서 서사의 힘이 풀려버렸다.
‘버드콜’은 각각 하나 이상의 결여(아픔)를 가지고 있는 두 아이의 긴장 관계 설정이 돋보였고, ‘새 소리’를 매개로 하여 두 아이가 알게 모르게 내면의 상처와 현실의 고통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동화적 상상력으로 차분하게 엮어나갔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결정하기에 이견이 없었다.
판타지 작품이 줄어든 만큼 현실을 리얼하게 다룬 작품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아쉬운 점이라면 동화만이 가지는 장점이 돋보이는 작품이 드물었다는 것. 동화에서 문학성이 더욱 꽃이 피어나길 바라며,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그리고 모든 응모자에게 정진의 응원을 보낸다.
심사위원 김문주·최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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