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신춘문예 ‘시조’ 당선소감] 쉼이 되고 숨이 될 수 있는 글 쓰겠다
- 기사입력 : 2024-01-01 2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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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그램 남짓 몸무게, 12줄의 키.
당선 연락을 받고, 첫 번째로 내밀지 못했던 원고를 다시 펼쳐 한참을 보았다.
가벼운 A4 용지에 쓰인 짤막한 3수.
그 속에는 일 년이 넘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우리 가족 모습이 담겼다. 우체국에서 이별하고 온 글을 마음에서도 지우려 애썼다. 아직도 눈물샘은 마르지 않았고, 병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동생과 어머니의 현실이 너무도 아파서.
글 쓰는 이들의 연말은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는 성탄절 같다. ‘신춘’의 설렘과 기대가 어우러져 하루하루를 간절함으로 보낸다. 성탄이 지나고도 휴대전화가 잠잠하면 밀려오는 허탈감과 아쉬움은 오롯이 혼자만 겪어내야 하는 진통이다. 그럼에도 다시 글을 쓰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쓰지 않고서는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쉼이고 숨이 되는 시조가 내게는 어려운 과제 같았다. 시조라는 정형의 틀에 덜 익은 나를 스스로 가두기도 하고 옛것을 이어가는 시조의 책임감에 주눅이 들기도 했다.
당선 소식은 시조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지는 계기가 되었다. 가슴에 품은 것을 쏟아냈는데 그것을 받아 준 그릇이 시조였기 때문이다. 나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도 잠깐의 쉼이 되고 한 가닥 숨이 될 수 있는 시조를 쓰고 싶다.
부족한 글에 마음을 내어주신 심사위원님들과 경남신문사에 감사드린다. 그리고 자꾸만 야위어가는 어머니께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조 부문 당선자 장경미 씨 △1970년생 △창원 거주 △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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