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신춘문예 ‘시’ 당선소감] 작은 틈 속으로 묵묵히 내 이야기 담아낼 것
- 기사입력 : 2024-01-01 22:5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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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내가 나를 보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성인이 된 내가 어린 나를 한자리에 모아서 생일 파티를 한다거나, 변기에 앉아서 양 떼들을 불러들인다거나, 볼일을 다 보기 전에 바지를 올려야 하는 순간이 생기는 것처럼, 가만히 누워서 어디든 갈 수 있는 시는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큰아이 대학 합격 소식을 받은 후, 당선 전화를 받았습니다. 하천 벤치에 앉아 휴대전화에 적어뒀던 단어들과 문장들을 바라보면서 시가 맞는 것인지, 시라고 우겨도 되는지, 끊임없이 의심했던 자신에게 당선 전화는 비집고 들어갈 수 있게 작은 틈을 만들어 주신 것 같았습니다.
그 틈 속으로 묵묵히 내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도록, 내가 가진 마음을 편한 일상으로 말하는 글, 검은 머리가 흰머리가 되는 게 아름다움이 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글, 쓸모없는데 시로 읽었을 때 재미있는 글을 써나가겠습니다.
시에 대해 질문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격려해주신 김륭 선생님, 안도현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응원해준 아들 정민, 정훈. 친구 같은 조카 동원, 은경, 경빈, 근영 많이 사랑합니다. 나의 유일한 수다 친구 경란에게 함께 해줘서 고맙습니다. 여행 친구 미경 오래 다니자. 그 외에 가족들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부족한 작품을 뽑아주신 경남신문 심사위원님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 나아가겠습니다.
시 부문 당선자 박태인 씨 △1977년생 △김해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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