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신춘문예 ‘수필’ 심사평] 유려한 문장 솜씨·독특한 비유법 돋보여
- 기사입력 : 2024-01-01 22: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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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의 손에 들어온 응모작은 모두 319편이었다. 살아오면서 체험한 것들을 자신만의 독특한 향기와 빛깔로 형상화시킨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자신만 아는 난해한 글, 전문용어를 남발한 글, 추상적인 표현의 글은 읽기가 거북했다. 누군가를 비방하는 내용, 은근히 자신을 자랑하는 불편한 글도 눈에 들어왔다. 사람에겐 인격이 있듯이 문장에도 문격이 있다. 자신과 가족의 자랑보다는 차라리 실수담을 쓰는 글에 독자들은 더 친근감을 느낀다. 그래도 예리한 관찰력, 풍부한 상상력, 그리고 아름다운 감성과 지성을 겸비한 글도 보여 반가웠다.
심사위원들이 고심한 끝에 최종적으로 선(選)한 작품은 ‘등의 방정식’이다.
수필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 누구나 겪는 이야기는 식상하여 독자들이 외면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수필 ‘등의 방정식’은 요즘 현대인들이 고뇌하는 문제를 제시해 놓고는 시간을 두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묘미가 있다. 기실 결혼 초년엔 서로 마주 보기 바빠 상대의 등이 있는지조차 모를 수도 있다. 그러다 차츰 설렘과 떨림은 물론 이해 양보 배려심까지 까마득히 잊게도 된다.
오랫동안 남편과 침묵하며 등을 돌리고 살던 글쓴이는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야 정답을 터득한다. 생각해 보면 지극히 간단하고 단순한 문제임에도 짐짓 애써 모른 체했는지도 모른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서로 등을 보이지 않고 마주 보는 것’ ‘서로의 등을 떠밀어내기보다 서로의 등을 토닥거려 주어야 한다는 것’을. 조금 늦긴 해도 남편과의 등 돌리기는 이제 끝이 난 것 같아 마음이 훈훈해진다.
작품 ‘등의 방정식’은 전면에 흐르는 유려한 문장 솜씨와 독특한 비유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독자의 뇌리에 사고할 수 있는 여유와 가슴 깊이 스미는 여운을 남기는 수작(秀作)이다.
수필 ‘부지깽이’, ‘큰 걸음 작은 생각’, ‘단추 혹은 빛’도 심사위원의 관심을 끈 작품이었다. 수상자에게는 축하드리고, 최종심에 오른 세 분은 정진하여 다음에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심사위원 강현순·허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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